한국 LGBTI 인권현황 2017년

2. 차별철폐와 평등

updated 2020.05.03 18:02 by sogilaw

 

소수자 차별금지 반대운동, 인권 관련 규범의 축소·폐지 움직임으로 이어져

2017년 보수 개신교계 및 반성소수자 단체(보수 개신교계 등)의 성소수자 차별금지규범에 대한 공격은 더욱 거세게 진행되어 시행 중인 인권 관련 법률·조례 등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려는 시도들로 이어졌다.


보수 개신교계 등은 지난 몇 년 간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규정된 차별금지사유에서 '성적지향'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여왔다.[1] 2017. 9. 19.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17명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 국가인권위원회법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정의규정(2조 제4)에 명시된 19개의 차별금지사유에서 '성적지향'을 삭제하는 내용의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다. 위 개정안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양심·종교·표현·학문의 자유가 현행법 성적지향 조항과 충돌하는 등 법질서가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성정체성이 확립되기 전인 청소년 및 청년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신규 에이즈감염이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급증하는 등의 수많은 보건적 폐해들이 초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제안이유를 들어 보수 개신교계 등의 왜곡된 주장을 그대로 반영하였다. 이에 인권시민단체들은 국가기관으로서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마저 훼손하는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개정안 발의 철회를 요구하였다.[2]


201711월에는 국민의당 소속 한 의원이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성적지향'을 삭제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개정법률안 발의를 또 다시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위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성적지향이라는 표현이 동성애를 옹호하고 동성애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판단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는 오해가 발생하고 있어 삭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으나, 인권시민사회의 강한 비판에 부딪혀 발의 시도가 중단되었다.[3]


한편, 성소수자 차별금지규범을 명시적·묵시적으로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의 인권 조례의 제정을 막거나 제정된 조례를 폐지하려는 보수 개신교계 등의 운동이 전국 각지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가속화되었다.


대표적으로 20174월 충남기독교총연합회 등 충남지역 개신교 단체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조례를 폐지할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지방자치법 제15조 주민발의제도에 따라 충청남도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폐지 청구서를 접수하였다. 충남인권조례는 20125월 제정·공포되어 시행 중인 조례로서 성적지향등의 문구를 조례에 명시하고 있지는 않으나, 폐지 청구인들은 위 조례가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차별금지를 명시하고 있는 충남도민 인권선언을 이행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이는 인간의 기본 질서를 무시하는 것이고, 인권조례는 이런 잘못된 가치관을 가르쳐 공공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고 폐지 청구 이유를 밝혔다.[4] 이에 충남도인권위원회는 2017. 5. 11. 성명을 발표하여 인권조례 본래의 취지와 정신을 호도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증폭시키는 시대 발전을 거스르는 억지주장이라고 지적하면서 조례 폐지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017. 6. 8. 충청남도지사와 충청남도의회 의장에게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이유로 충남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5]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명시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높아져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를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도 시민사회의 주요한 요구사항이었으나,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제외한 다른 주요 후보들은 모두 이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6] 특히 문재인 후보는 2012년 대선 당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제시했음에도, 2017년 대선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하지 않고 보수 개신교 단체와 만나 국가인권위원회법 외에 동성애나 동성혼을 위한 추가 입법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한다고 입장을 밝히는 등 이전보다 후퇴한 입장을 보였다.[7]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사회적 논쟁을 유발할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100대 국정과제에 명시되지 않았다.[8]


이러한 정치권과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도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의 금지를 명시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국내외의 요구는 더욱 커지고 활발해졌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South Korean NGOs' Coalition for Enactment of Anti-discrimination Law)가 제20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시민사회의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히며 2017. 3. 23. 재출범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 4. 27. 차기정부가 추진해야할 10대 인권과제 발표, 2017. 12. 7. 문재인 대통령 특별보고 등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인권과제의 하나로 제시하고[9] 신임 사무총장 기자간담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등 성소수자 문제 해결을 내년도 역점 사업 중 하나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10]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를 포함한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현재 우리 사회의 주요 인권과제로 강조하였다.


2017. 10. 9.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위원회(사회권위원회)는 한국에 대한 제4차 정기보고서 심의에 관한 최종견해에서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채택할 긴급한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사회권위원회는 특히 당사국이 차별금지 사유를 둘러싸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하여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를 충분하게 취하지 않은 것을 우려하며 이에 대해 국민과 입법자들의 인식을 제고할 것을 권고하였다. 사회권위원회는 또한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에 기반한 차별을 우려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법적 및 사실적 차별을 제거하기 위하여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였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사회권위원회 최종견해 채택 후 18개월 이내에 권고사항 이행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3개 항목 중 하나로 채택되었다.[11]



[1] 자세한 사항은 『한국 LGBTI 인권현황 2016』 중 <차별철폐와 평등> 항목 참조

[2] 「‘성적지향’ 삭제한 인권위법 개정안 발의한 자유한국당에 시민단체 ‘철회’ 요구」, <비마이너>, 2017. 9. 20.자

[3] 「[‘성소수자’ 향한 사회적 차별 여전]김경진 “인권위법서 ‘성적지향’ 표현 빼자”」, <경향신문>, 2017. 11. 26.자

[4] 동성애 차별 않는 인권조례는 없어져야?」, <한겨레>, 2017. 6. 27.자

[5] 인권조례 폐지 청구에 대한 의견표명」,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회 결정, 2017. 6. 8.자

[6] 성소수자 인권 공약하는 후보, 정녕 없나요?」, <한겨레>, 2017. 4. 23.자

[7]「‘보수기독교계 포화에 데었나’…태도 바뀐 문재인」, <한겨레>, 2017. 4. 26.자

[8]「'차별금지법' 100대 국정과제서 제외…왜?」, <뉴스1>, 2017. 7. 21.자

[9] 인권위, 차기정부 '10대 인권과제' 발표…대체복무제 마련 등」, <뉴시스>, 2017. 4. 27.자; 「문 대통령 국가인권위원장 특별보고 받아···5년9개월만에」, <경향신문>, 2017. 12. 7.자

[10]「인권위 사무총장 "성소수자 차별, 인권지수 낮다는 방증"」, <연합뉴스>, 2017. 11. 30.자

[11] 유엔사회권위원회, 「한국 정부의 제4차 보고서에 대한 최종 권고문(E/C.12/KOR/CO/4)」, 2017.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