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GBTI 인권현황 2016년

2. 차별철폐와 평등

updated 2017.08.09 11:48 by sogilaw

성소수자 차별금지규범 반대운동, 인권 관련 법률·조례의 제정 가로막아

2016년 보수 개신교계 및 반성소수자 단체(이하 ‘보수 개신교계 등’)의 성소수자 차별금지규범에 대한 공격은 계속 강화되고 확대되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법」상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 정의규정(제2조 제4호)에 ‘성적지향’을 차별금지사유로 명시하고 있는 점은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등은 2016. 1. 26. 국회의원회관에서 <국가인권위원회법 「성적지향 차별금지조항」의 폐해 및 삭제 개정의 필요성>이라는 포럼을 개최하였다. 발제자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차별금지조항 중 ‘성적지향’이 “동성애 옹호 세력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들은 이를 근거로 입법, 사법, 행정 영역으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며 위 문구를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1] 보수 개신교계 등은 이외에도 각종 토론회, 포럼, 성명서, 개정청원서명운동 등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성적 지향’ 문구 삭제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보수 개신교계 등에 의해 철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2016. 11. 7.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 등 국회의원 13명이 발의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의 보호 및 향상을 위한 경영을 모범적으로 행하고 있는 기업 및 공공기관에 대해 인권존중 인증을 하고 외부에 공개하며,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계약 입찰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의 혜택 등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보수 개신교계 등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기업의 인권 보호 정책은 곧 “기업 내 동성애를 옹호·조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 등에 항의전화를 하고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반대의견을 1만 건 이상 게시하는 등 조직적인 반대활동에 나섰다. 발의의원들은 이러한 압력에 발의 2주만에 이 법안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2]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인권 관련 조례와 헌장들도 보수 개신교계 등의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따라 대부분의 제정이 가로막혔다. 조례안에 ‘성적지향’ 등의 문구가 명시되어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명시적인 조항이 없는 경우에도 ‘국가인권위원회법’, ‘인권’ 등을 언급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반대의 대상이 되었다. 

서울시 광진구는 2016. 8. 11. 「서울특별시 광진구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하였다. 그러나 ‘광진구기독교연합회’ 등 보수 개신교계는 위 조례안이 국가인권위원회법과 동일하게 ‘종교’, ‘성적지향’을 차별금지사유로 명시하고 있어 ‘사이비 이단’을 인정하고 ‘동성애를 조장’하게 된다고 주장하며 조례안 반대운동을 벌였다. 광진구는 결국 인권조례안을 의회에 상정하지 않고 보류하기로 결정하였다.[3]

안산시는 2015년부터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 제정을 추진해왔으나 당시 지역사회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의회에서 심의가 보류되었다. 안산시는 2016년 6월 인권조례안 재심의를 위해 다시 공청회를 열었으나 역시 보수 개신교계 등의 반대에 부딪혀 심의를 진행하지 못하였다.[4] 안산시의 위 조례안은 ‘성적지향’과 같은 성소수자 관련한 문구를 담고 있지 않고 있으나, ‘안산시 동성애 반대 시민대책협의회’는 “현 조례안에는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금지가 명시돼 있지 않지만, 조례안에 포함된 인권 개념이 확대해석돼 각종 성적지향의 옹호, 권장, 강요에 활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 또한 없다”고 인권조례 반대운동의 이유를 밝혔다.[5]

인천시에서는 「인천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이 2016년 1월 발의되었고 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수정가결되었으나 2016. 9. 9. 본회의에서 부결되었다. 위 조례안은 애초 ‘인권’을 ‘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로 정의하고 있었으나, 보수 개신교계 등의 반발에 따라 위 정의조항 중 ‘법률’과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이 보장하는 가치’라는 문구들을 삭제한 수정안으로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였다. 그러나 보수 개신교계 단체들이 인권조례의 제정 자체를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밝히고 시의원들을 압박함에 따라 본회의에서 부결되기에 이르렀다.[6] 인천시에서는 이후 ‘인권’과 관계된 모든 조례의 제정이 무산되었다. ‘인천시 아동·청소년 인권 보장 조례안’, ‘인천시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이 인권 관련 개별 조례로서 발의되었으나 “조례안의 모법은 인권조례고, 인권조례에는 동성애를 유발시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등의 이유로 역시 반대의 대상이 되었고 결국 모두 시의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보류되었다.[7]

대전시에서는 2016. 4. 25. '대전시교육청 학생인권 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조례를 반대하는 참석자들의 거센 항의로 20여분 만에 무산되는 등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한 반대운동이 격렬히 진행되었는데, 여기에서도 “대전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은 국가인권위원회는 동성애 지지 성격을 띠고 있어 대전지역 학교에 동성애적 요소를 더욱 가중화할 수 있다”는 등 보수 개신교계 등의 반성소수자 논리가 주요 반대 이유로 제시되었다.[8]

충북도교육청이 ‘충북교육공동체 헌장’을 제정하는 과정에서도 보수 개신교계 등은 헌장 초안의 실천규약 법적 근거에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성적지향’ 문구가 들어가는 점을 들어 헌장이 ‘학생들의 동성애를 허용’한다며 반발하였고, 결국 충북도교육청은 2016. 5. 31. 논란이 된 문구들을 모두 삭제한 형태의 ‘충북교육공동체 헌장’을 선포하였다.[9]

더욱 심각하게는 이미 ‘성적지향’을 이유로 주민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을 담은 조례에서 ‘성적지향’의 명시가 사라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부산광역시 북구 인권증진조례」는 2016. 6. 22. “사회통념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규정”을 삭제한다는 개정이유를 달아 차별받지 않을 권리의 사유로 나열되었던 ‘성적지향’이 삭제되었다. 

한편 2016년 8월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을 비롯한 의원 15명이 발의한 ‘한부모가족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한부모가족 등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차별의 예방을 제안이유로 하는 것으로서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은 각급 학교에서 한부모가족을 비롯한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었으나, ‘다양한 가족형태’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보수 개신교계 등의 조직적인 반대운동의 대상이 되었다.[10] 한국교회언론회는 "외국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가족형태'라는 용어는 맞벌이 가족, 동거 남녀, 한부모가족, 이혼한 남녀끼리 결혼한 가족, 동성애 동거자, 동성애자들의 입양권 보장을 통한 가족구성 등을 의미한다"며 위 법률안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하였다. 박경미 의원은 이러한 반대운동의 압박으로 결국 법률안에서 ‘다양한 가족형태’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해당 조항의 문구를 ‘한부모가족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시책’으로 수정하였다.[11]

이와 같이 보수 개신교계 등의 반성소수자 운동이 ‘인권’, ‘평등’, ‘다양성’ 등의 가치를 담고 있는 법률과 조례들 일체에 대한 반대운동으로 나아감에 따라, 인권 증진을 위한 각종 법제도의 수립이 크게 위축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국회와 지자체 등은 “동성애 조장” 논란이 되는 법률 또는 조례를 모두 철회·보류하거나 문제된 문구를 삭제하는 등 반성소수자 운동의 비합리적인 주장을 사실상 받아들이는 대응을 계속하고 있어 인권 관련 법제도를 반대하는 운동은 당분간 계속 거세어질 것으로 보인다. 

20대 총선, 성소수자 유권자 운동,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와 주요 당의 소극적 태도

2016년 20대 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총선에서 인권단체들은 성소수자 유권자 운동을 펼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 성소수자 인권 관련 정책들을 주요 총선 과제로 요구하였다. 그러나 주요 당들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2016. 3. 8. 성소수자들과 지지자들이 유권자로서의 힘을 드러내는 캠페인으로서 ‘평등을 위한 한 표, 레인보우보트(Rainbow Vote)’가 발족하였다. 레인보우보트는 발족에 앞선 사전 캠페인으로 성소수자 혐오, 차별을 조장하는 최악의 후보를 선정하는 투표를 진행하였다. 이 투표에서는2016년 2월 반성소수자 단체가 주최한 ‘나라와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3당 대표 초청 국회 기도회’에 참석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선동 발언을 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12]이 ‘가장 최악의 국회의원’으로 뽑혔다. 레인보우보트는 이어 성소수자 당사자와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레인보우 유권자 선언 등록 캠페인을 진행하였고, 총 5,664명의 선언자가 유권자 선언에 참여하였다.[13] 

레인보우보트는 또한 각 정당에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등 국가 차원의 <성소수자인권기본계획> 마련,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금지를 포함한 「차별금지법」 제정,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동성결혼 법제화 등을 포함한 성소수자 인권 11대 요구안을 발표하며 각 정당에 이에 대한 입장을 질의하였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주요3당은 답변을 거부하였고,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 등은 모든 문항에 찬성했다.[14] 한편 인권시민단체들은 총선을 전후해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20대 국회의 주요 입법과제로 강조하였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위해, 제20대 총선에 요구하는 핵심 젠더과제’를 발표하면서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예시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핵심 젠더과제의 하나로 꼽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016년 3월 각 정당에 위 핵심 젠더과제들에 대한 입장을 공개질의하였는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하여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보’라고 답하면서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나 이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변의 이유를 밝혔다.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은 모두 ‘찬성’한다는 답변을 하였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질의 전체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15] 국민의당은 애초 ‘찬성’ 답변을 하였다가 3월 29일 홈페이지 브리핑을 통해 “한국여성단체연합에 보낸 답변은 실무자의 착오로 당의 공식 입장이 잘못 알려진 것”이며 “국민의당은 이 사안에 대해 헌법에 기초해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유보적 입장”이라고 입장을 바꿨다.[16] 참여연대는 2016. 5. 26. “20대 국회에서 우선 다뤄야 할 입법·정책과제”를 발표하며 ‘안전사회를 위한 입법과제’로서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과 혐오범죄 규제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였다.[17]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2016. 6. 22. 20대 국회의 “제12대 개혁입법과제” 중 하나로 일반적인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하였다.[18]


[1] 「인권위法서 동성애 지칭 ‘성적 지향’ 삭제를… 反동성애 단체 포럼 개최」, <국민일보>, 2016. 1. 26.자 
[2] 「개신교 보수세력의 압력에 또 다시 굴복한 국회」, <민중의 소리> 2016. 11. 23.자 
[3] 「광진구, 인권조례 제정 보류하기로 결정」, <업코리아>, 2016. 9. 10.자 
[4] 「안산시 인권조례안, 시의회에 1년여 동안 '계류'」, <뉴시스>, 2017. 1. 30.자 
[5] 「동성애 반대 안산 시민단체 인권 조례안 철회해야」, <연합뉴스>, 2016. 6. 23.자 
[6] 「인천시에 인권조례가 없는 이유를 들여다보니…」, <뉴스1>, 2016. 9. 12.자 
[7] 「인천시기독교총연합회 아동청소년 인권조례, 동성애 조장」, <경인일보>, 2016. 11. 18.자; 「제234회 인천광역시 남동구의회 (정례회) 사회도시위원회 회의록」, <인천광역시 남동구의회 사무국>, 2016. 11. 28자 참조; 「인천 청소년 노동인권 증진 조례 종교계 반발로 무산」, <기호일보>, 2016. 12. 16.자 
[8] 「갈길 잃은 대전학생인권조례」, <금강일보>, 2016. 4. 26.자 
[9] 「존중하고 배려하세요…충북 교육공동체 헌장 선포」, <연합뉴스>, 2016. 5. 31.자 
[10] 「박경미 의원 ‘한부모가족법’ 발의에 '동성애 조장' 항의 시달려」, <여성신문>, 2016. 8. 16.자 
[11] 「박경미 의원 동성애 조장 우려 문제되는 용어 삭제」, <크리스천투데이>, 2016. 8. 19.자 
[12] 「김무성·박영선 ‘동성애 반대’ 발언 영상···두 당대표가 항복 선언」, <경향신문>, 2016. 3. 4.자 
[13] 『제 20대 총선 레인보우 유권자선언 결과보고서』, 평등을 위한 한 표 Rainbow Vote, 2016년 5월, 14쪽 이하 
[14] 「성소수자 인권 요구안…주요 3당은 답변도 안해」, <연합뉴스>, 2016. 4. 1.자 
[15] 「보도자료 - 제20대 총선에 요구하는 핵심 젠더과제와 정당 공개질의 답변결과」, 한국여성단체연합, 2016. 3. 2.자 
[16] 「미국엔 매튜 셰퍼드 법, 한국엔 차별금지법」, <한국일보>, 2016. 6. 20.자 
[17] 「미국엔 매튜 셰퍼드 법, 한국엔 차별금지법」, <한국일보>, 2016. 6. 20.자 
[18] 「민변 대법관 구성 다양화하고, 대법원장 후보 제청권 폐지해야」, <연합뉴스>, 2016. 6. 22.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