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GBTI 인권현황 2016년

7. 군대

updated 2017.08.09 11:47 by sogilaw

군형법상 ‘추행’죄 합헌 결정과 페지를 위한 입법청원 운동

2016. 7. 28. 헌법재판소는 군형법상 ‘추행’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02년과 2011년에 이어 세 번째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에서 2011년의 결정 내용을 반복하면서, 구 군형법 제92조의5에 대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군인의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하며, 동성 군인이 이성 군인에 비하여 차별취급을 받게 된다 하여도 군의 특수성과 전투력 보존을 위한 제한으로써 차별취급의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어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1]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비판하면서 2016년 10월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군 성소수자 인권 네트워크)”에서는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를 위한 1만인 입법청원운동에 돌입했다. 2017년 1월까지 입법청원 운동에서 12,207명이 입법청원에 동참하였고, 군 성소수자 인권 네트워크는 2017. 1. 17. 정의당 김종대, 이정미 의원의 소개로 입법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2], [3]

동성애자 병사에 대한 차별적 군형법상 ‘추행’죄 적용과 인권침해

2016. 4. 25. 한 남성 동성애자가 군대 내에서 군형법상 ‘추행’죄를 차별적으로 적용받고 강제구금 등 인권침해를 받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단체에 대한 당사자의 신고와 동료 병사였던 목격자들의 진술로 사건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었다. 

2014년 육군 37사단에서 두 병사가 성적인 접촉을 가졌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았다. 둘 중 입대하면서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혔던 병사는 군형법 제92조의6에 따라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2015년 5월 전역 때까지 5개월 동안 사단 의무실에 격리되어 외출, 외박, 휴가는 물론 전화, 인터넷 이용에 제한을 받는 등 사실상 강제구금 상태에 있었다. 반면 자신은 이성애자이며 일방적으로 당했다고 주장한 다른 병사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동성애자 병사는 상대 병사에 비해 계급도 낮고 체구도 왜소했으며 강제가 아니라는 정황증거도 있었지만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가해자로 몰렸다. 만약 동성애자 병사가 상대방을 성추행했다면 군형법상 군인등강제추행죄 등으로 처벌을 받는 것이 타당함에도, 합의하의 동성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동성애 처벌법’인 군형법 제92조의6으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것은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적인 법적용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4]

뿐만 아니라 해당 병사는 5개월 동안 외부와 접촉이 차단된 채 종일 눕지도 못하고 침상 위에 앉아 수감과 다름없는 의무실 구금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우울과 불안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고, 12일간의 영창처분을 받기도 했다. 기무사에서는 위 병사에게 이 사건을 알리지 말 것을 요구하며 사건은폐를 시도하기도 하였다. 또한 헌병대와 수사관들은 수사 과정에서 해당 병사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히는 데에만 집중하면서 “남자랑 섹스해 보았느냐”, “군에서 성추행을 저지른 적이 없느냐” 등을 추궁하며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논란도 벌어졌다. 

인권단체들은 진정서를 제출하며 연 기자회견에서 군대에 만연한 동성애 혐오와 차별을 지적하면서 “국방부가 적극 나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이 사건은 한 명의 동성애자가 경험한 억울한 사연이 아니라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의 현주소”라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위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5]

국가인권위, 트랜스젠더에 대한 병무청의 고환적출 강요 진정 각하

트랜스젠더에 대한 병역판정과정에서 병무청이 생식기 관련 수술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 각하되었다. 진정인인 MTF 트랜스젠더 A씨는 병무청으로부터 병역면제를 위해 비가역적 수술을 받을 것을 요구받고, 고환적출수술을 받아 5급 제2국민역 처분을 받았다. 이후 2014년 10월 A씨는 병무청의 이러한 요구가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라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으나,[6] 2016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사 결과 “진정 원인이 된 사실이 1년 이상 경과하여 진정한 경우에 해당되어” 각하하였다고 밝혔다.[7] 진정인이 최종 병역판정을 받은 날이 2013년 10월이어서 그로부터 1년 이내에 진정을 하였고, 병무청이 고환적출을 요구한 날로부터 1년이 지났다 하더라도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사건 발생 1년 이후에도 결정을 할 수 있음에도,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일로부터 1년 8개월이 지난 후에야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이다. 특히, 병무청이 트랜스젠더를 잠재적 병역기피자로 삼아 트랜스젠더들에 대한 병역기피 수사와 기소를 잇따라 하고, 이에 대해 법원의 무죄판결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었다. 

법원, 트랜스젠더에 대한 병역기피 혐의 무죄 판결

2016년에도 병무청이 트랜스젠더를 병역기피자로 수사하여 기소한 사건에서 법원의 무죄판결이 이어졌다. 서울남부지방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은신 부장판사)는 한 20대가 군 복무를 피하기 위해 ‘성주체성장애’ 진단을 받고 여성호르몬 요법 등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병역법 위반 사건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로 판결했다. 

피고인은 2010년 11월 ‘성주체성장애’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한 후 2011년 약 20차례에 걸쳐 여성호르몬 요법을 받아 유방이 발달하는 등 신체변화를 겪고 2011년 11월 병무청으로부터 ‘성주체성장애’를 이유로 제2국민역(현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병무청과 검찰은 이에 대해 피고인이 "병역 의무를 감면받기 위해 신체를 손상하고 트랜스젠더로 행세하는 속임수를 썼다"며 기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중학생 때부터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거나 성형수술을 하는 등 외모에 관심이 많았고 우울증으로 수차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점 등을 감안하면 병역면제를 위해 속임수를 썼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8] 이에 검사가 항소했지만, 법원은 “여성호르몬 주사는 여성의 몸으로 비가역적인 변화를 야기할 정도로 그 결과가 중대하여 단지 병역면탈을 목적으로 자신의 증상을 가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택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상당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9]

비수술 MTF 트랜스젠더, 병무청 상대 현역병 입영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도 승소

비수술 트랜스젠더에 대한 병무청의 현역입영처분이 위법하다는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내려졌다. 2016. 9. 28. 서울고등법원 제5행정부(재판장 조해현 부장판사)는 한 20대 비수술 트랜스젠더가 현역병 입영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은 판결문에서 “지금까지의 성주체성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고려할 때 성주체성장애 환자의 성별 정체성이 가족 내부에서 인정을 받거나 사회적으로 수용되기가 상당히 어렵고, 호르몬 요법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경우 이로 인한 외양의 변화로 인하여 기존의 신분증을 이용하거나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등 일상생활에서 곤란을 겪을 수 있으며, 이에 더하여 생물학적 성을 바탕으로 형성하여 왔던 기존의 인간관계를 반대의 성을 바탕으로 재조정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겪을 수 있다”면서, “최초 징병신체검사 당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만 19세에 불과하였던 원고로서는 호르몬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에 비추어 “원고가 호르몬 치료를 계속하여 실시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반대 성별에 대한 동일시가 크지 않다거나 원고의 성주체성장애로 인한 사회적·직업적 기능장애가 크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병무청의 원고에 대한 현역병 입영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10] 이 판결에 병무청은 상고를 포기해, 현역입영처분은 취소가 확정됐다. 

병무청은 원고가 외부성기 수술 등 비가역적 수술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주관적 병증호소에 따른 추측성 진단”이라고 주장하며 2014년 6월 원고에게 현역입영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5년 1월, 남성에 대한 불일치감과 여성에 대한 귀속감을 가져왔음에도 현역병으로 입영하도록 한 병무청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이를 취소해 달라고 소를 제기했다. 



[1]헌법재판소 2016. 7. 28. 선고 2012헌바258 결정 
[2]「“군대 ‘추행죄’ 폐지하라”… ‘성소수자 인권보호’ 입법 청원」, <뉴시스>, 2017. 1. 17.자 
[3]자세한 내용은 이 보고서의 1. 범죄화 참조 
[4]「군형법 제92조의6」, <한겨레>, 2016. 5. 1.자 
[5]「육군 37사단 성소수자 인권 침해 사건, 성소수자 인권의 현주소」, <오마이뉴스>, 2016. 4. 28.자 
[6]「“성전환자 병역면제에 성기수술 강요”…인권위에 진정」, <연합뉴스> 2014. 10. 22.자 
[7]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제2위원회 2016. 6. 30.자 14-진정-0891200 결정 
[8]서울남부지방법원 2015. 10. 22. 선고 2015고단1965 판결 
[9]서울남부지방법원 2016. 7. 22. 선고 2015노1751 판결 
[10]서울고등법원 2016. 9. 28. 선고 2015누70807 판결(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