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GBTI 인권현황 2015년

4. 고용

updated 2016.09.23 15:08 by sogilaw

고용에서의 성소수자 차별 실태, 국가 차원 첫 조사 결과 발표

현재 한국에는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을 직·간접적으로 규율하는 법률들이 존재한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 하고(동법 제6조),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을 하지 못한다(동법 제23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해고, 휴직, 정직 등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부당 해고 등으로서 사법상 무효가 되며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동법 제28조 제1항). 「국가인권위원회법」은 고용과 관련하여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정의한다(동법 제2조 제3호 가목). 또한 성소수자에 대한 고용차별행위는 「헌법」상 평등조항 및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차별금지조항 등을 위반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차별행위를 당한 자는 이로 인한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법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성소수자 고용차별사건이 위 법제를 통해 구제된 사례는 보고된 바 없으며 차별의 실태조차 국가 차원에서 조사된 일이 없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고용영역에서의 차별 실태를 포함한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이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2015. 11. 10. 그 결과를 발표하여, 국가 차원에서 처음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고용차별실태 전반이 드러났다.[1] [실태조사와 발표회 경위는 ‘20. 조사/연구’ 참조]

고용 영역에서의 실태조사는 948명의 성인 성소수자 당사자(동성애/양성애자 등 858명, 트랜스젠더 90명)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으로 진행되었다. 응답자의 57.8%가 취업자, 8.6%가 구직자, 33.5%가 미취업자(절반 이상은 현재 대학 재학생)였고, 취업자 중 78.5%가 임금근로자, 21.5%가 자영업자였다. 임금근로자의 경우 직장 유형의 분포가 전체 임금근로자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직종 또한 다양했다. 그러나 동성애/양성애자 등 응답자의 69.5%는 ‘직장동료 아무도 나의 정체성을 모른다’고 응답하고, 16.7%는 ‘거의 대부분이 모른다’고 응답하여 상당수의 응답자가 직장에서 정체성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우호적인 직장에서 근무하는 응답자는 55.8%가 직장 동료 모두 혹은 어느 정도가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비우호적인 직장에서는 7.3%, 직장 분위기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4.4%만이 직장에서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응답하여 직장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과 커밍아웃 사이에 밀접한 연관성이 발견되었다.

구직활동 경험이 있는 동성애/양성애자 등 619명 가운데 13명(2.1%)이 정체성을 이유로 입사가 취소되거나 채용이 거부되었던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응답자 71명 가운데 11명(15.5%)이 정체성을 이유로 입사가 취소되거나 채용이 거부된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고 특히 출생 시 성별과 타인에게 인식되는 성별이 불일치하는 경우에는 22.0%가 채용거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직장 내 차별 또는 괴롭힘으로 업무배치, 교육/연수기회. 임금, 업무평가, 승진, 임금 외 금품, 사내복지 등에서의 차별과 해고협박 등의 차별 경험, 남성/여성답지 못하다는 반복된 지적, 비난과 조롱, 성희롱 등의 괴롭힘 경험을 보고하였다. 현재 직장 또는 가장 최근에 그만둔 직장에서 차별/괴롭힘을 1번 이상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동성애자/양성애자 등 568명 중 232명(44.8%), 트랜스젠더 50명 중 32명(64%)이었다. 그러나 직장 내 차별/괴롭힘에 항의 또는 대응을 한 경험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동성애자/양성애자 등은 6.6%, 트랜스젠더는 21.1%만이 그렇다고 응답하였다. 차별에 대응하지 않는 이유(복수응답)로는 정체성이 알려질까봐, 오히려 피해를 입을까봐, 변화가 없을 것 같아서 등을 높은 비율로 꼽았다. 한번이라도 직장을 다닌 적이 있는 응답자 중 본인의 정체성 때문에 해고나 권고사직을 당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동성애자/양성애자 등 14.1%, 트랜스젠더 16.5%로 나타났다. 채용 단계를 비롯하여 고용의 전 영역에서 겪는 차별과 괴롭힘은 다양한 부정적인 영향을 야기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채용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후 구직활동이 위축되거나 지원을 포기하는 경향, 정체성 때문에 원하는 직업을 포기하거나 객관적으로 열악한 조건의 일자리를 선택하는 양상들이 확인되었다. 정체성을 숨기는 데서 오는 고립과 정신적 고통, 자발적 사직과 경력 단절 등의 문제 또한 보고되었다.

보고서는 차별 실태 개선을 위한 정책으로 고용차별 관련 정책 수립 시 성소수자를 주요 정책 대상 집단의 하나로 인지할 것, 현행법제에 따른 차별방지와 구제를 실질화할 것,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실효성 있는 구제수단을 둔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 등을 강조하고 ‘직장 내 성적지향?성별정체성 고용평등 증진 가이드라인’, ‘직장 내 트랜지션(transition) 지원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제언하였다.


식당 노동자,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부당해고와 폭언 등 피해

일하던 식당에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받고, 가족에 아우팅을 당하고, 폭언을 들은 노동자 A씨의 사례가 알려졌다. A씨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 운영하는 대구의 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일하였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2014년 10월 사장 가족과 식당 전체 직원이 함께 한 회식 자리에서 동료 노동자 한 명이 A씨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폭로하였고, A씨는 그 자리에서 바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목사를 준비하는 사장 아들은 그 후 일방적으로 A씨의 집에 찾아와 A씨의 어머니에게 A씨를 아우팅하기도 하였다. A씨가 5개월 간 체불된 임금을 받고자 사장을 찾아갔을 때에는 사장으로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성 발언들을 들어야 했다.[2] A씨는 2015년 자신의 피해 사례를 대구알바노조, 성소수자 인권행사, 인터넷 등에 알리면서 법적 대응을 준비하였으나[3] 사장은 가게를 매도한 후 종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트랜스젠더 노동자, 성전환 수술을 위한 병가 신청을 거부당한 후 퇴사

삼성SDS에서 일하던 트랜스젠더 여성 노동자가 성전환수술을 받기 위해 병가를 신청했으나 거부당한 후 퇴사하였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2015. 12. 24. <중소기업신문>은 한 대기업 직원이 성전환수술을 받기 위해 병가 신청을 냈지만 거부당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사원정보란의 프로필 사진을 자신의 ‘여장’ 사진으로 바꾸었고, 이 사원정보란을 찍은 모니터 화면 사진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보도하였다.[4] 이 직원은 2015년 12월 말 결국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측은 언론을 통해 해당 직원은 병가를 낸 적이 없고 회사가 퇴사를 종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 또한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였으나[5] 퇴사한 당사자는 입장을 밝히지 않아 사건의 정확한 경위와 내용은 미확인 상태로 남게 되었다.

이 사건은 직장 내 트랜스젠더의 트랜지션 지원을 위한 가이드와 제도 마련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병가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있는 규정에 따르는 것이나, 성전환수술이 성형수술 등과는 성격이 다른 성별위화감 해소를 위한 필수적 의료적 조치인 만큼 트랜스젠더의 트랜지션을 위한 병가를 허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며, 이러한 방향이 다양성 정책의 세계적 흐름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6] 성소수자 인권단체 또한 논평을 통해 회사가 직원의 트랜지션 과정에서 수술 및 회복기간에 휴가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유형이라고 지적하면서, 트랜스젠더 인권보장과 트랜지션 지원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7]



[1] 이하는 재단법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연구책임자 장서연),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2014, 90~165쪽을 요약한 내용이다.
[2] 「"동성애자라서 해고하고 집에 찾아와 '네 엄마도 알아야 한다'"」, <참세상>, 2015. 6. 1.자
[3] 「혐오로 얼룩진 부당해고를 고발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 '랑' 홈페이지 게시, 2015. 5. 11.자 (2016. 5. 1. 방문)
[4] 「대기업 성적 소수자 ‘퇴사압박설’ 진실은?」, <중소기업신문>, 2015. 12. 24.자
[5] 「삼성SDS, 성 소수자 퇴사 압박 논란」, <투데이신문>, 2016. 1. 13.자
[6] 「성전환수술 위한 병가…법적으론 어떻게?」, <헤럴드경제>, 2016. 1. 3.자
[7] 「[논평] 한 트랜스젠더의 퇴사 소식이 보여준 트랜스젠더 차별의 현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 12. 29.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