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GBTI 인권현황 2015년

7. 군대

updated 2016.09.20 13:28 by sogilaw

국정감사에서 트랜스젠더 병역면제 기준으로서의 고환적출 요구 문제제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2015년 9월 병무청이 MTF 트랜스젠더에게 병역면제의 기준으로서 고환적출 수술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진 의원은 병무청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토대로 2012년 이후 트랜스젠더가 ‘성주체성장애’를 이유로 5급(면제) 판정을 받은 사례는 21건에 불과한 반면, 고환 결손으로 5급 판정을 받은 사례는 104건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광진 의원은 "이는 징병검사 기준에 있지도 않은 자의적 기준을 무리하게 요구해온 결과"라고 분석한 후, "고환적출 등 생식기 수술은 최후의 수단일 뿐 필수적인 절차가 아니며, 성별정체성의 확인에 있어서 생식기 수술을 요구해선 안 된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라며 고환적출 요구가 규정 위반이자 트랜스젠더들의 헌법상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1]

현행 국방부령 「징병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은 ‘성주체성장애’와 관련하여 “6개월 이상의 치료경력이 있거나 1개월 이상의 입원력이 확인된 사람 (중략) 가운데 진단을 내리기에 충분한 여러 가지 증상이 있거나 몇 가지의 심각한 증상이 있어서 군복무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대상자에게 5급 제2국민역 처분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2] 그러나 병무청은 MTF 트랜스젠더에 대한 병역면제의 조건으로 규칙에도 근거가 없는 고환 적출 등 비가역적 수술을 사실상 요구해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4년 10월에는 징병신체검사 당시 ‘성주체성장애’ 진단서와 호르몬 요법 관련 서류를 제출하였음에도, 병무청으로부터 병역면제를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수술’을 한 뒤 재검을 받으라는 요구를 받고 고민 끝에 고환적출 수술을 받게 된 한 MTF 트랜스젠더가 병무청에 대해서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를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제기하기도 하였다.[3] 그러나 병무청은 이러한 관행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비수술 트랜스젠더가 병역기피 혐의로 형사 고발을 당하거나 현역병 입영 처분을 받는 사건이 계속하여 발생하고 있다.

병역면제 받은 비수술 MTF 트랜스젠더, ‘병역기피’ 형사사건 무죄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병역법」과 「징병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에 따라 ‘성주체성장애’를 이유로 5급 제2국민역 처분을 받은 비수술 MTF 트랜스젠더에 대해, 병무청이 ‘병역기피’라면서 형사고발하는 사건이 이어졌다.

서울지방병무청은 2012년 ‘성주체성장애’를 이유로 5급 제2국민역 판정을 받은 트랜스젠더 B씨에 대해 ‘성주체성장애’가 없음에도 병역을 기피하기 위하여 여성호르몬 요법을 받고 가슴성형수술을 받아 트랜스젠더로 행세하였다고 주장하며 2014년 B씨를 검찰에 고발하였고, 검찰은 병역법 위반으로 B씨를 기소하였다.[4]

그러나 2015년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5단독 정용석 판사는 B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징병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은 '성주체성장애로 인한 6개월 간의 치료경력'을 5급 제2국민역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여성호르몬 주사'나 '성전환수술'을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 B씨가 트랜스젠더 바 등에서 일하면서 여성적인 이름으로 사회생활을 해 왔고 예뻐지기 위하여 성형외과 시술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던 등의 사정에 비추어보면 성주체성장애가 있다고 판단하였다.[5] 검사는 이에 항소하였으나 2심 법원 역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여 무죄가 확정되었다.[6]

비수술 MTF 트랜스젠더, 병무청 상대 현역병 입영처분 취소소송 승소

2015. 11. 19.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조한창)는 2014년 6월 병무청이 트랜스젠더 A씨에 대하여 내린 현역입영처분이 위법하다면서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병무청은 A씨가 외부성기 수술 등 비가역적 수술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주관적 병증호소에 따른 추측성 진단”이라고 주장하며 2014년 6월 A씨에 대하여 현역입영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에 A씨는 2015년 1월, 남성에 대한 불일치감과 여성에 대한 귀속감을 가져왔음에도 현역병으로 입영하도록 한 병무청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이를 취소해 달라고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7]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허위로 성정체성을 가장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년 동안 국립중앙의료원 등에서 정신과 상담치료 및 심리검사를 받아 성주체성장애로 진단받았으며 여성에 대한 동일시가 지속되어 왔다”면서 “성주체성장애로 인한 어려움 때문에 군복무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서울지방병무청의 현역입영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8]

이 판결에 대해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등 인권단체들은 “병무청이 최근 트랜스젠더에 대한 병역면제 사유로 징병검사규칙에도 없는 고환적출 등 생식기수술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병무청의 트랜스젠더에 대한 자의적인 병역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덧붙여 당사자들의 삶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현행 징병검사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9]



[1] 「"병무청, 트랜스젠더에 고환적출 수술 강요"…인권 논란」, <뉴스1>, 2015. 9. 13.자
[2] 「징병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제11조 제1항 [별표2] 제102호 라목
[3] 「"성전환자 병역면제에 성기수술 강요"…인권위에 진정」, <연합뉴스>, 2014. 10. 22.자; 이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은 2016년 4월 현재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4] 「10년만에 병역면제 '트랜스젠더'에 병역법 위반 '무죄'」, <뉴스1>, 2015. 7. 11.자
[5]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7. 9. 선고 2014고단5471 판결
[6]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1. 20. 선고 2015노2795 판결
[7] 「법원 "性정체성 혼란 남성에게 軍 현역병 입대 처분, 부당"」, <머니투데이>, 2015. 11. 27.자
[8] 서울행정법원 2015. 11. 19. 선고 2015구합50900 판결
[9] 「트랜스젠더에 대한 “병무청 현역병입영처분 취소소송” 승소」,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보도자료, 2015. 11. 25.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