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GBTI 인권현황 2015년

11. 혐오표현

updated 2016.09.20 12:42 by sogilaw

반성소수자 단체 및 보수개신교계의 조직적인 차별선동과 국가의 묵인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들이 토론회와 포럼 등의 형식을 빌려 공식적인 장소에서 전문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을 통해 이루어져, 조직화된 차별선동의 강도가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는 우려를 자아냈다.

2015. 3. 19. ‘제2회 탈동성애 인권포럼’이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렸다.[1] 이어 ‘제3회 탈동성애 인권포럼’이 2015. 5. 9.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개최되었다.[2] 이들 포럼은 ‘홀리라이프’, ‘선민네트워크’,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가 공동주최한 행사로, 동성애를 이성애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탈동성애’, 즉 소위 ‘전환치료’를 주장하는 자리로서 기획되었다. 선민네트워크 상임대표인 김규호 목사 등은 “동성애가 정상적인 사랑이 아니며, 성중독의 일종으로 치유가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동성애의 고통에서 탈출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인권”이라고 주장하였다. 민성길 연세대 정신의학과 명예교수는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로 변화될 수 없다고 하는 주장에 무리가 있다”, “나를 비롯해 동성애자를 성공적으로 이성애자로 전환시킨 치료 증례는 다수 보고되어 왔다” 등의 주장을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3] 이는 세계정신의학계의 확립된 입장에 위배되는 주장이다. 199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질병분류 목록에서 "동성애" 항목을 삭제하였다.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는 1973년 이미 “동성애” 가 정신질환이 아니라고 결정하였고, 2000년 입장서에서는 “지금까지 ‘전환치료’의 실제 효험이나 그 치료가 미치는 해악에 관하여 수행된 과학적으로 엄격한 연구는 하나도 없다.”, “미국정신의학회는 과학자 단체로서 동성애가 치료가능한 질병이라는 정치적, 종교적 집단의 주장에 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할 것을 권고한다”면서 전환치료 주장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4]

두 차례의 소위 ‘탈동성애 인권포럼’이 헌법을 수호해야 할 국가기관인 국회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렸다는 점 또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었다.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민에 대한 차별을 선동하는 집단을 지원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시민사회에서는 이러한 소위 ‘전환치료’를 옹호하는 공공기관의 인권침해적 행사 대관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어 놓았다.[5]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민변 소수자인권위원회,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3월 19일자 공동성명서에서 전환치료가 학계에서 금지된 인권침해 행위이며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미 ‘동성애 탈출’을 주장하던 대표적인 단체인 엑소더스 인터내셔널이 2013년 6월 동성애자들에게 사과하면서 해체된 것을 비롯해 해외의 ‘탈동성애’ 단체들이 사라지게 된 역사에서 배워야 하는 교훈을 지적했다. 국제인권단체인 국제게이레즈비언인권위원회(International Gay and Lesbian Human Rights Commission)도 한국에 공개서한을 보내어 우려를 표명했다.[6] 이 위원회는 정부가 이러한 행사 대관 행위 자체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지는 증오를 옹호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한국 정부가 성소수자의 인권보호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온 것과, 특히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소수자에 대한 보호업무를 포괄하고 있는 것을 상기시키며, 공공기관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불관용을 조장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2015. 10. 8. 한국공영방송 KBS 이사 조우석은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성애·동성혼 문제 어떻게 봐야하나’ 토론회에서 동성애자를 ‘더러운 좌파’라고 반복해서 부르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선동하는 발언을 하였다.[7] 이 자리에서 조우석 이사는 성소수자가 국가를 전복하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성소수자 인권옹호자들의 구체적인 실명과 신상정보를 공개하면서 이들을 모욕, 비하하고 집중 공격하였다.[8] [자세한 내용은 ‘13. 인권옹호자’ 참조] 이날 행사에는 조우석 이사 외에도 민성길 연세대학교 정신의학과 명예교수, 이태희 미국변호사 등도 참석하여 동성애의 비정상성을 주장하며 치료 내지 교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동성애를 비윤리적 행위로 규정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발표를 하였다.[9]

이러한 행사들은 모두 공개적으로 동성애자를 집단적으로 비하하고 편견을 조장함으로써 성소수자에 대한 적대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려고 의도하는 전형적인 차별선동행위라는 비판을 받았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2015. 11. 5. 대한민국 제4차 보고서에 대한 최종권고에서 “사회 전반에 만연한 성소수자(LGBTI)에 대한 폭력, 혐오발언과 같은 심각한 차별적 태도, … 소위 성소수자에 대한 ‘전환치료’ 행사를 국회와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에서 장소 대관 인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소위 ‘전환치료’의 선전, 혐오발언, 그리고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을 포함한 어떤 종류의 사회적 낙인과 차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식적인 형태로 분명하게 명시하여야” 하며, “당사국은.. 민간단체의 소위 ‘전환치료’ 행사에 공공건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10] [권고의 자세한 내용은 ‘부록 2. 유엔 자유권위원회 대한민국 제4차 정기보고에 대한 최종권고 중 SOGI 관련 내용’ 참조]

언론, 출판물, 영화, 인터넷매체 등을 통한 대중적 차별선동

반성소수자단체 및 보수개신교계를 중심으로 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과 차별선동은 언론, 출판물, 영화, 인터넷매체 등을 통해서도 퍼져나갔다. 기독교 계열 언론사인 <국민일보>는 동성애를 ‘퇴폐적이고 변태적이며 에이즈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기사를 반복적으로 실어 왔다.[11] [자세한 내용은 ’19. 여론/미디어’ 참조] <국민일보>의 백상현 기자는 “동성애자는 중독자들”이며 에이즈를 감염시키는 “위험한 사람들”이라고 묘사하는 내용의 책 『동성애IS』(미래사, 2015)를 발간하였다.

인터넷방송 khTV(대표 김광규)는 “일부 서구사회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동성애와 동성결혼의 합법화 국내 유입실태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무너트리고 나라의 발전을 방해하려는 시도들”에 대해 알리겠다는 취지의 방송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선동 내용을 담은 영상을 2015년 한 해 기준 100개 이상 제작하여 웹사이트에 게시하고 유튜브에 올렸다.[12]

“나는 더이상 게이가 아닙니다”(감독 김광진)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고 인터넷에서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13] 이 영화는 동성애에서 탈출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평소 반성소수자운동 진영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엮어, 동성애를 치료해야 하며 차별금지법이 통과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14]

대학 내 성소수자 차별선동 포스터의 게시

동성애를 에이즈의 원인으로 묘사하는 포스터가 여러 대학에 게시되었다.[15] 포스터는 ‘에이즈로 인해 매년 1000여명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청년층의 에이즈 감염 급증과 동성애의 밀접한 관련성’ 등의 문구를 비롯하여, HIV/AIDS 감염인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고 동성애를 성도착 혹은 사회악으로 묘사하는 내용을 담았다.

포스터에 대한 대학 내 대응도 있었다. 서울예술대 성소수자 인권 동아리 ‘녹큐(Knock Onthe Q)’는 “포스터는 동성애와 에이즈의 상관관계를 연관시키는 악의적인 편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숙명여대 퀴어모임과 ‘숙명여대 중앙 여성학 동아리 S.F.A’는 공동 명의로 “성소수자 혐오 포스터 부착을 허용한 학교 당국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하였다.[16] ‘한양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하이퀴어’는 반박대자보에서 “한국의 보수 세력이 동성애를 공격하는 도구로 에이즈를 활용하는 배경에는 뿌리 깊은 낙인이 놓여있습니다”고 분석하며, 포스터에서 이용한 자료와 해석의 문제점을 상세하게 비판하였다.[17]



[1] 「“인권위, 탈동성애자 위한 활동 전무… 엄연한 차별”」, <크리스천투데이>, 2015. 3. 20.자.
[2] 「국회의원회관에서 '제3회 탈동성애 인권포럼 세미나」, <업코리아>, 2015. 5. 11.자.
[3] 「“인권위, 탈동성애자 위한 활동 전무… 엄연한 차별”」, <크리스천투데이>, 2015. 3. 20.자.
[4] APA 입장서 및 보충자료, 「성적지향을 변화시키기 위한 시도에 초점을 맞춘 치료들(교정치료 또는 전환치료)(Therapies Focus on Attempts to Change Sexual Orientation (Reparative or Conversion Therapies))」, 2000. 5.
[5] 「공동성명: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침해적 ‘전환치료’ 행사 대관을 규탄한다!」,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민변 소수자인권위원회,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2015. 3. 19.자.
[6] 「국제 게이 레즈비언 인권위원회(IGLHRC)의 서한 “한국 게이와 레즈비언을 대상으로 한 전환치료의 국가적 승인”」, 무지개행동, 2015. 4. 7.
[7] 「KBS 이사 "동성애자 무리는 더러운 좌파"」, <경향신문>, 2015. 10. 8. 자.
[8] 「KBS 이사 조우석, '노무현은 동성애와 좌파 연대의 증거」, <허핑턴포스트>, 2015. 10. 9.자.
[9] 「“동성혼이 당사자들만의 문제? 국민 기만하는 것”」, <크리스천투데이>, 2015. 10. 8.자.
[10] 유엔자유권위원회, 「대한민국의 제4차 정기 보고에 대한 최종 권고(CCPR/C/KOR/CO/4)」, 2015. 12. 3.
[11] 「동성애로 에이즈 확산? 국민일보의 차별적 보도」, <미디어오늘>, 2015. 6. 2.자.
[12] 해당 홈페이지는 http://www.khtv.org/
[13]「충격다큐 - 나는 더 이상 게이가 아닙니다’(완결편),」, Mission Fund (2016. 4. 11. 최종방문), http://www.rtmusa.org/
[14] 「온누리교회 '나는 더 이상 게이가 아닙니다' 시사회」, <뉴스앤조이>, 2016. 2. 1.자.
[15] 「대학가에 잇단 성소수자 혐오 포스터…누구 짓이냐」, <한겨레>, 2015. 12. 10.자; 어나더, 「우리들을 위한 대자보 - HIV/AIDS 혐오에 대응할 때 기억해야 할 것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 12. 29.자.
[16] 「대학가에 잇단 성소수자 혐오 포스터…누구 짓이냐」, <한겨레>, 2015. 12. 10.자
[17] 어나더, 「우리들을 위한 대자보 - HIV/AIDS 혐오에 대응할 때 기억해야 할 것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 12. 29.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