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GBTI 인권현황 2015년

14. 성별정정

updated 2016.09.20 11:54 by sogilaw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판사로 재직시절 성별정정을 신청한 트랜스젠더에 ‘성기사진’ 제출 요구

2015년 7월 이성호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과거 판사 재직시절 성별정정사건을 다루며 신청인에게 성기사진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있음이 알려졌다.[1] 이성호 후보자는 2013년 서울남부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같은 해 9월 성별정정허가신청을 한 MTF 트랜스젠더에게 “여성으로서 외부 성기를 갖추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 2장을 제출하라”는 보정명령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서 이 후보자는 “보정명령서는 통상적으로 법원 사무관이 일을 맡아 왔다”고 해명하였으나,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판사의 결재 없이 나갈 수 없는 보정명령의 책임을 사무관에게 돌리”고 있다고 비판하였다.[2] 이러한 사실은 2015. 8. 11.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동일하게 지적되었지만[3] 2015. 8. 13. 이 후보자는 제 7대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취임하였다.

대법원 예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이하 ‘대법원 예규’)은 성전환시술 의사의 소견서, 생식능력 없음을 증명하는 전문의사 명의의 진단서 등을 제출서류로 규정하고 있을 뿐, 성기사진 등을 제출서류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 예규는 법원 내의 행정규칙에 불과하므로 실제 성별정정허가사건은 위 대법원 예규를 바탕으로 한 판사의 재량에 따라 심리되고 결정된다. 이러한 연유로 사건 심리 과정에서 판사의 자의에 따라 인권침해적인 자료제출을 요구하거나 질문을 하는 사례들이 종종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위 사건 외에도, 2012년 한 가정법원이 성별정정허가신청을 한 FTM 트랜스젠더에게 ‘탈의한 상태의 전신사진’ 제출을 요구한 사건이 2013년 대법원 국정감사를 통하여 드러난 바 있다.[4]

이러한 인권침해 사건들은 성별정정과 관련하여 여전히 당사자의 성별정체성, 실제 생활보다 성기의 모양을 문제 삼는 법원의 인식 개선 필요성과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보다 명확하고 간소한 기준과 절차를 갖춘 「성전환자 성별변경특별법」의 제정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미성년자 자녀를 둔 트랜스젠더에 대해 성별정정 허가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지원장 이성복)은 2015. 5. 27. 미성년인 자녀를 둔 FTM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결정을 내렸다.[5] 이는 미성년 자녀를 둔 트랜스젠더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알려진 첫 성별정정 허가결정이다.

대법원은 2006년 대법원 예규 제정 당시 ‘자녀가 없을 것’을 성별정정 허가요건으로 두어, 자녀를 낳은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을 절대적으로 불허하였다. 2011년에는 미성년인 자녀를 둔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허가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으며,[6] 다만 같은 해 예규상 자녀 요건을 ‘미성년 자녀가 없을 것’으로 변경함으로써 요건을 다소 완화하였다. 이처럼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근거에 대해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의 다수의견은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고려한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자녀 관련 요건은 전세계에서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비교법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자녀에게 부과될 사실적 어려움과 차별을 트랜스젠더 부모에게 지우는 것이어서 부당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이 사건의 신청인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남성으로 생활하여 왔고 자녀와도 아버지로서 관계를 맺어 왔으나, 법적 성별의 정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자녀의 학교에도 학부모로서 찾아가지 못하는 등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부천지원의 이번 허가결정은 이러한 신청인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부모의 전환된 성에 따라 자연스러운 가족관계가 형성된 경우 등에서는 그 성별정정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미성년자의 복리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한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의 소수의견과 같은 흐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사건은 트랜스젠더와 그 자녀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법원 예규의 개정과 관련법 제정의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 또한 2015. 11. 5. 대한민국 제4차 보고서에 대한 최종권고에서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 요건 완화’를 권고한
바 있다.[7]

생식능력제거 수술을 하지 않은 50대 FTM 트랜스젠더, 세 번 만에 성별정정 허가 결정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지원장 이성복)은 2015. 12. 24. 생식능력제거수술을 하지 않은 두 50대 FTM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결정을 내렸다.[8] 신청인들은 결정 당시 각각 59세, 54세로, 이미 오랜 기간 남성으로 생활하여 왔으나 건강 등의 이유로 생식능력제거수술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신청인들은 2014년 대학병원에서 “폐경기 및 여성의 갱년기 상태로 현재 생식능력이 없으며, 향후에도 생식능력이 회복될 가능성이 없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받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성별정정허가를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었다. 신청인들은 이후 2015년 청주지방법원에 재차 신청을 하였으나 마찬가지로 기각되었다가, 마침내 이번 허가 결정을 받았다.

대법원 예규는 ‘현재 생식능력이 없고, 향후에도 생식능력이 발생하거나 회복될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하는 전문의사 명의의 진단서나 감정서’를 제출서류로 규정하여 생식능력이 없을 것을 성별정정 허가요건으로 두고 있을 뿐, 반드시 생식능력제거수술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이 사건 신청인들은 이러한 예규의 요건에 따라 생식능력 없음을 확인하는 대학병원 진단서를 제출하였으나 두 차례나 성별정정신청을 기각당하여 신체침해적인 외과 수술을 강요하는 법원 관행의 근거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었다. 2013년 FTM 트랜스젠더에 대하여 성기성형 없이 성별정정을 허가한 서울서부지방법원 결정[9]과 더불어 이번 결정을 통하여 성별정정 시 획일적으로 외과 수술을 요구하는 법원의 기준에 변화가 촉구되고 있다.



[1] 「[단독] 이성호 인권위원장 후보자, 성전환자한테 “성기 사진 제출하라”」, <한겨레>, 2015. 7. 30.자
[2] 「성명 -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는 인권을 논할 자격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내정을 철회하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2015. 7. 31.자
[3] 「이성호, 성전환자 성기 사진 요구 "피해자에 죄송" [인사청문회] "30년 법조 경력, 득이자 독"」, <프레시안>, 2015. 8. 11.자
[4] 「[국감브리핑] "성별정정, 대법원 정확한 해석 필요"」, <뉴시스>, 2013. 10. 19.자
[5]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5. 5. 27.자 2015호파689 결정
[6] 대법원 2011. 9. 2.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
[7] 유엔자유권위원회, 「대한민국의 제4차 정기 보고에 대한 최종 권고(CCPR/C/KOR/CO/4)」, 2015. 12. 3.
[8]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5. 12. 24.자 2015호기135, 136 결정
[9] 서울서부지방법원 2013. 3. 15.자 2012호파4225 결정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