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GBTI 인권현황 2015년

17. 보건/의료

updated 2016.09.12 16:51 by sogilaw

치과 병원의 HIV 감염인에 대한 차별진료행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제기

HIV 감염인의 스케일링 시술 과정에서 과도하게 감염 관리를 하는 등 차별적 진료행위를 한 병원에 대해서 2015. 10. 22.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제기됐다.

HIV 감염인 A씨는 2015년 5월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이하 ‘보라매병원’)에 스케일링을 예약하였으나 병원으로부터 진료 거부를 통보 받았다. 이에 A씨는 서울시와 보라매병원에 민원을 넣었고 같은 해 6월 보라매병원장으로부터 “즉시 시정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한 보라매병원은 답변서를 통해 “병원 내규인 ‘HIV 감염관리지침’에 치과 진료 시 표준예방지침(개인보호구 착용) 준수 외의 별도의 공간이나 시설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였다. 하지만 10월 2일 다시 병원을 방문한 A씨는 파티션과 주변 공간, 의자 등이 전부 비닐로 덮인 별도의 공간에서 진료를 받아야 했다.[1]

2015. 10. 22.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등은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함과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HIV는 공기 중에 단독으로 노출되면 3초 정도면 사멸하는 바이러스이고, 체액이 마르면 100% 사멸되어 공기 중 비말이나 비말핵으로 감염되지 않는 질병”이므로 “HIV 감염예방을 위해서는 일반적 주의지침 및 표준 주의지침을 따르면 될 뿐"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럼에도 의자를 비닐로 덮는 등의 차별적 진료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는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꼈고, 이에 보라매병원에 직원교육 및 근본적 대책을 마련할 것과 서울시에 관리감독을 할 것을 촉구했다.[2]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진료거부 및 차별진료는 반복적으로 발생한 문제이다. 국가인권위는 2011년 신촌세브란스병원이 특수장갑이 없다는 이유로 HIV 감염인에 대한 고관절 수술을 거부한 것을 차별행위로 보고 재발방지를 권고했으며[3], 2015년에도 중이염 수술 거부 행위에 관해 유사한 결정을 하였다. 전문가들은 HIV 감염인이 내원했다 하여 더 특별한 감염 관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김각균 대한치과관리협회 회장(서울대치의학대학원 교수)는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것은 물론이고, 감염 방지를 안전하게 하려는 조처라는 점을 (환자가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설명했어야 했다”고 지적하면서 “표준감염관리지침은 환자가 자신의 병력(HIV 포함)을 숨기고 진료받더라도, 감염 예방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므로 특별한 관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4] 대한에이즈학회의 ‘의료인을 위한 HIV/AIDS길라잡이’ 역시 의료환경에서 HIV 감염예방을 위해 개인보호장비착용과 일반적 소독을 권할 뿐 특별한 조치를 권하지 않고 있다.[5]

** 국가인권위, 종합병원의 HIV 감염인에 대한 중이염 수술거부를 차별행위로 판단하고 보건복지부에 재발방지 대책 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2015. 12. 24. 종합병원이 HIV 감염인 B씨에 대해 중이염 수술을 거부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HIV 감염인을 차별한 행위라고 판단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실효성 있는 국가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을 권고했다.[6] B씨는 2014년 8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중이염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 날짜를 잡으려 했으나, 병원은 “수술방에 환자 피가 튀는 것을 가릴 막이 설치돼 있지 않아 수술을 해줄 수 없다”며 수술을 거부했고, 결국 같은 해 11월 다른 병원에서 중이염 수술을 받았다. 이에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등은 2014. 11. 11.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사건 진정을 제기하였다.[7]

국가인권위원회는 결정문에서 피진정인 병원이 HIV 감염인의 혈액을 포함한 분진이 난반사되는 수술을 하려면 이를 완벽히 차단하는 가림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나, B씨를 수술한 의사의 진술과 질병관리본부의 의견 등에 따르면 “HIV 감염인에 대한 수술이라고 해도 장갑, 보안경 또는 안면가리개 등 외의 특별한 장비를 필요로 하지 않고 복장 역시 일반 환자의 수술과 큰 차이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피진정인의 수술거부는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고려하지 않은 채 HIV 감염인을 차별한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다만 이 사건 진정 이후 피진정인이 재발방지 조치를 마련한 점을 고려해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하였다.

한편 진정에 참고인으로 참여한 보건복지부장관은 “관련 협회 및 학회 등에 HIV 감염인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 관련 교육·홍보를 요청하였고 향후로도 지속적인 교육·홍보를 실시하겠다”고 진술하였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개별 병원에서 여전히 HIV 감염인 등이 진료에서 차별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좀 더 실효성 있는 국가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국가인권위, HIV/AIDS 감염인을 위한 인권순회상담 실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5. 3. 26.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사람에서 HIV/AIDS 감염인을 위한 인권순회상담을 실시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주변의 편견과 오해로 적절한 소통창구가 부족한 HIV/AIDS 감염인들을 대상으로 개별상담을 위한 상담부스를 마련하고 인권‧차별‧법률상담 등을 제공해 이들이 처한 인권문제에 대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하였다.[8] 이번 상담은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와 공동으로 실시하였으며 당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와의 간담회, 1:1인권상담, 법률상담, 인권도서 전시와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9]

유엔 인종차별철폐위, HIV/AIDS 검사 강요당한 외국인 강사에 대해 한국정부에 피해보상 권고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는 재고용 조건으로 HIV/AIDS 검사를 요구 받은 외국인 강사가 제기한 개인진정에 대해서, 2015. 5. 20. 발표한 결정을 통해 한국정부의 HIV/AIDS 검사 요구가 인권침해라고 밝히고, 해당 강사에 대해 물질적, 정신적인 피해보상을 할 것을 한국정부에 권고했다.[10]

뉴질랜드 출신으로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진정인은 2008년 8월 울산광역시의 한 초등학교에 1년의 계약직 영어 강사로 고용되어 E-2(회화지도)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들어왔다. 그런데 고용주인 울산교육청은 E-2 비자 소지자의 경우 HIV/AIDS와 마약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통보하였고 진정인은 같은 해 9월 해당 검사를 받았다. 2009년 5월 진정인은 울산교육청으로부터 재계약을 위해서는 다시 HIV/ADIS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내국인이나 재외동포로서 F-4 비자를 받아 입국한 영어 강사의 경우에는 받지 않는 검사를 외국인 강사에게만 요구하는 것에 항의하며 검사를 거부하였다. 이에 울산교육청은 “한국 출신 강사와 외국인 임시 강사의 고용 조건은 다르고”, “해당 검사는 외국인 강사의 인성과 도덕성을 검사하는 수단”이라는 답변을 하면서 진정인의 재임용을 거부했다. 진정인은 국가인권위원회와 대한상사중재원에 구제를 요청하였으나 모두 기각 내지는 각하되었고,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개인진정을 제기하였다.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결정문에서 한국 국적이나 한국 출신 강사에게는 면제되는 HIV/AIDS 검사 등을 외국인 강사에게만 요구하는 것은 “민족적 출신”에 기반한 구별이고 입국, 거주 등에 이러한 검사를 요구하는 것은 공중보건이나 어떠한 근거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외국인 강사에 대해 HIV/AIDS 검사 등을 강요하는 것은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 제5조의 (e)(i)에서 보장하는 인종, 피부색, 민족이나 종족적 출신의 구별 없이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어서 한국정부에 대해 “진정인에게 1년간의 임금 손실을 포함한 물질적, 정신적 보상을 할 것”과, “공무원, 언론, 일반 대중의 외국인 혐오증 징후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할 것”, 그리고 “90일 내에 어떠한 조치를 시행하였는지 통보해 줄 것”을 권고하였다.[11]

한편 한국정부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대한 답변에서 2010년 법령개정으로 외국인 강사에 대한 HIV/AIDS 검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0. 7. 15. 「회화지도지침」 개정으로 HIV 감염자라는 이유만으로 비자 발급 불허를 하지 않도록 바뀌었을 뿐, 2011년 시행된 E-2 비자 발급을 위한 채용신체검사서에 관한 고시에서는 여전히 HIV/AIDS와 마약검사를 요구하고 있다.[12]

보건복지부, HIV/AIDS 감염인이 요양병원 입원 대상에 포함되도록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보건복지부는 2015. 12. 23. 요양병원 입원 제외 대상에 HIV/AIDS 감염인이 포함되지 않도록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였다.[13] 기존의 「의료법 시행규칙」 제36조 제2항은 “전염성 질환자는 요양병원의 입양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어 요양병원들은 이를 근거로 HIV/AIDS 감염인의 입원을 거절해 왔는데, 개정 규칙은 “전염성 질환자”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1조제1항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한 감염병”으로 변경하였다. AIDS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제3군 감염병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전파 위험이 높은 감염병에서는 제외되어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의뢰한 유권해석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은 (중략) 성관계나 수혈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그 경로가 확실하고, 다른 감염병과 같이 호흡기나 식생활 등 일상적인 공동 생활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시킬 위험이 없으므로, 「의료법 시행규칙」 제36조 2항에서 규정한 전염성 질환자에 포함하여 해석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한 바 있다. 이번 개정은 보건복지부의 이러한 기존의 해석을 반영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한편 개정조항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 12. 24.부터 시행된다.

성소수자의 의료기관 이용에 있어 가시성과 차별 경험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2015. 11. 10.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 [실태조사와 발표회 경위는 ‘20. 조사/연구’ 참조] 이를 통해 현재 의료기관 이용 시 성소수자가 겪고 있는 차별의 실태가 드러났다.[14]

조사에 응답한 동성애/양성애자 858명 중 92.7%가 최근 5년간 의료기관(병의원 및 보건소 포함)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고, 0.5%가 정체성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봐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의료기관 이용자 중 14.2%가 의료기관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하였는데, 차별의 내용은 의료인 등으로부터의 ‘부적절한 질문’이 전체 응답자의 10.1%로 가장 많았고, 그 외 ‘모욕적인 말이나 비난’, ‘부당한 검사나 치료 요구’, ‘입원실 제한’, ‘진료나 치료 거부’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별경험은 동성애/양성애자의 가시성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795명 중 19.0%가 의료인 및 직원이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있거나 의심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 응답자 중 55.0%가 차별을 경험하였다. 반면 정체성을 알고 있거나 의심받은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4.7%만이 차별을 경험하였다. 또한 ‘적절한 상담 및 치료를 받기 위해 의료인 및 직원에게 정체성을 알릴 필요가 있었지만 알리지 않은 적이 있는가?’는 질문에 27.7%가 ‘알릴 필요가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고 답하여 의료기관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해 결과적으로 적절한 상담 및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음이 밝혀졌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응답자 90명 중 86.7%가 ‘최근 5년간 의료기관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고, 3.3%가 ‘정체성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봐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의료기관 이용자 78명 중 70.5%가 의료인 및 직원이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있거나 의심했던 경험’이 있었다고 답하여 의료기관에서 트랜젠더의 가시성이 높다는 점이 드러났다. 의료기관 이용자의 35.9%가 차별을 경험하였다고 답하였고, 차별의 내용은 의료인 등으로부터의 ‘부적절한 질문’이 20.5%로 가장 많고, 그 외 ‘모욕적인 말이나 비난’, ‘진료나 치료 거부’, ‘부당한 검사나 치료 요구’, ‘입원실 제한’의 순으로 나타났다. 성전환 관련 의료 경험의 경우 더 많은 차별 경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1명이 ‘차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는데, ‘성전환과 관련된 의료적 조치에서 건강보험을 적용 받지 못함’이 50.7%로 가장 많았다. 그 외 ‘의사 등의 지식 부족’(39.4%), ‘상담, 진단, 의료조치 거부’(14.1%), ‘수술 시 부모 동의를 요구받음’(14.1%)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적절한 상담 및 치료를 받기 위해 의료인 및 직원에게 정체성을 알릴 필요가 있었지만 알리지 않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2.1%가 ‘알릴 필요가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고 응답하였다.



[1] 「HIV 감염인 치과 치료 갔더니 비닐 의자 ‘꽁꽁’」, <미디어오늘>, 2015. 10. 22.자
[2] 「기자회견문 -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은 HIV감염인을 차별하지 말라!」,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외 12개 단체, 2015. 10. 22.자
[3] 국가인권위원회 2011. 6. 10.자 11진정0034200HIV 결정
[4] 「우리 치과에 HIV 감염자가 내원한다면? - 표준감염관리지침만 준수하면 문제없어…치협 홈피 감염관리 프로그램 다운해 숙지」, <데일리덴탈>, 2015. 10. 30.자
[5] 대한에이즈학회·대한에이즈예방협회, 「의료인을 위한 HIV/AIDS 길라잡이」, 2008
[6] 국가인권위원회 2015. 12. 24.자 14진정0951100 결정
[7] 「HIV감염인 수술거부한 병원에 인권위 차별 진정」, <한국NGO신문>, 2014. 11. 12.자
[8] 「인권위, 에이즈 감염자 대상 인권순회상담」, <뉴스1>, 2015. 3. 25.자
[9] 「3월26일, HIV/AIDS감염인들을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순회상담을 엽니다.」,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홈페이지 공지, 2015. 3. 8.자 (2016. 5. 3. 최종방문)
[10] 「유엔, '한국 외국인 강사 에이즈 검사는 인권 침해'」, 2015. 5. 21.자
[11] 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 「L.G. v. Republic of Korea, Communication No.51/2012」, CERD/C/86/D/51/2012, 2015. 6.12
[12] 「출입국관리법시행규칙 제76조제2항 관련 별표5의2 회화지도(E-2) 자격자가 외국인등록 신청 시에 제출하여야 하는 채용신체검사서의 마약검사 항목과 검사방법 및 법무부장관이 지정하는 의료기관의 요건 등 고시(법무부고시 제2011-23호, 2011. 1. 24. 시행)」
[13] 「의료법 시행규칙(보건복지부령 제375호, 2015. 12. 23. 일부개정)」
[14] 이하는 재단법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연구책임자 장서연),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2014, 166~167쪽을 요약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