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GBTI 인권현황 2014년

2014 한국 LGBTI 인권 현황 개관

updated 2015.06.24 19:27 by sogilaw


2014년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성소수자 단체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와 한국레즈비언상담소가 20주년을 맞으면서, 명실상부하게 성소수자 인권운동 20년을 맞는 해였다. 또한 제15회 퀴어문화축제와 제6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성황리에 개최되는 등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지지자들의 성장이 눈에 띄는 한 해였다. 그러나 반성소수자단체 및 보수개신교계의 행동주의 역시 크게 발흥하면서, 이들의 성소수자 인권증진을 가로막으려는 시도와 성소수자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 역시 부각된 해이기도 했다.

 

반성소수자단체 및 보수개신교계는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인권위원회법과 각종 인권조례에 대해 이를 폐지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에 집단적 압력을 가하는 한편, 기독교계 언론을 동원하고 중앙일간지에 반복적으로 전면광고를 실으며 미디어에서의 성소수자 재현, 성소수자가 참여하는 행사의 개최,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을 다루는 교과과정, HIV/AIDS 예방 정책 및 감염인 인권 정책, 동성애 처벌법 군형법추행죄 폐지안 발의,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주민예산참여 프로그램,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상의 성적지향 중립적인 사랑에 대한 정의 등에 대해 대규모 공세를 취했다. 무엇보다 물리력을 동원하여 인권 정책에 관한 공청회들을 무산시키고 서울과 대구의 퀴어문화축제, 단체 20주년 기념행사 등을 가로막는 등 도를 넘은 폭력을 행사하여 물의를 빚었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 선동과 증오심의 고취, 그리고 폭력에 대하여 개입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오히려 이러한 압력에 휘둘리며 반성소수자단체 및 보수개신교계에 입장을 수용하면서 적극적이고 노골적으로 성소수자 인권을 배제하는 정책을 펴나갔다. 인권조례에서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사유로 삼고 있는 조항에 대한 폐지안을 내놓고, 교과서의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내용을 수정하도록 교과서 출판사에 압력을 가하였으며, 표준국어대사전상의 사랑의 정의를 이성애만으로 한정하도록 하고, 성소수자 행사들에 대한 장소 사용승인을 거부하고, 성소수자 단체의 법인설립 허가를 거부하고,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지역프로그램 예산을 불용시키는 등의 행태를 보이며 성소수자 차별과 인권침해에 앞장섰다. 뿐만 아니라 병무청은 트랜스젠더에 대해서 병역기피자의 낙인을 가하며 자의적인 수사들을 벌였고, 경찰은 보도자료들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였으며, 국가인권위원회는 반동성애 운동에 참여한 인사를 인권위원으로 받아들이기까지 하면서 이러한 차별과 인권침해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면죄부를 부여했다. 이러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차별과 인권침해는, 막상 국제무대에서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인권에 관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인권이사국의 면모와 완전히 모순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사건은 인권변호사출신 박원순 서울시장이 반성소수자단체 및 보수개신교계의 압력에 편승해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하여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한 서울시민 인권헌장의 선포를 거부하고, 이에 분노한 성소수자들과 인권옹호자들이 한국 수도의 시청을 점거하여 6일간 농성투쟁을 벌인 사건이었다. 박원순 시장의 사과와 진정성 있는 조치약속으로 막을 내린 이 기념비적 무지개농성, 광범위한 사회적 지지와 함께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폭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서울시민 인권헌장 폐기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비등시켰다.

 

이외에도 성소수자 운동은 첫 성소수자 인권재단, 첫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첫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 등을 출범시키고, 역대 최대 규모의 성소수자 대상 연구를 자체적으로 수행하여 발표하였으며, ‘동성애 처벌법군형법추행죄 폐지안을 발의하는 등의 성과를 내고 성소수자 인권증진을 위한 기반을 다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