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GBTI 인권현황 2014년


차별금지에 관한 법제화 시도의 침체

 

2014년에는 한 해 동안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이 전무했다. 2013년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반성소수자단체 및 보수개신교계의 조직화된 항의에 의해 발의 철회되었고 2012년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채로 1년이 지났다. 201410월 새누리당의 유승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권교육지원법안도 같은 항의에 부딪혀 11월 철회되었다.

 

지방정부의 인권조례 및 학생인권조례 제정 움직임도 둔화되었다.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포함하는 인권조례 및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7건이 제정되었으나 2014년에 제정시행한 것은 한 건도 없으며 정부에 의한 무효확인청구소송(전라북도학생인권조례, 2013년 교육부 소 제기)이 제기된 상태거나, 반대 움직임에 의해 보류(강원도학교인권조례)된 상태에 있다.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파행과 <무지개 농성단>의 기념비적 시위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파행 과정은 성소수자 인권 보장에 반대하는 보수개신교의 정치적 개입과 이에 부응하는 인권행정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이에 맞서 시작된 성소수자의 점거 투쟁은 광범한 인권시민사회계의 지지를 받으며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끌어올렸다.

 

서울시는 201311<서울시민인권헌장제정기본계획>을 내놓고, 인권도시 서울이 지향해야할 인권적 가치와 규범 마련을 위해 시민참여형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을 공표했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 공약인 서울시민 권리헌장 제정위원회 설치와 서울시인권조례 제12에 근거한 것이었으며, 제정된 헌장은 세계인권선언의날인 20141210일 선포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20148월 지역, 연령, 성별 등을 안배하여 시민위원과 각계 인권전문가를 전문위원으로 위촉하였고, 제정위원회는 권한을 위임받아 인권헌장의 초안을 구성했다. 헌장 초안 제1조 제4항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는 이유로 헌장 폐기를 요구해왔던 반성소수자단체 및 보수개신교 세력은 <서울시민인권헌장안 공청회>(2014. 11. 20.)에 난입하여 언어적물리적 폭력을 행사, 결국 공청회를 무산시켰다.

 

제정위원회 내에서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명시하는 안(1)과 차별금지사유를 명시하지 않은 채 모든 차별의 금지를 기술하는 안(2)을 두고 논쟁이 격발되었다. 합의하지 못한 사항에 대해서는 마지막 제6차 제정위원회 전체회의(2014. 11. 28.)에서 투표를 통해 정하기로 하고, 긴 시간의 회의 끝에 이뤄진 표결에서 80%가 넘는 인원이 1안에 찬성하여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포함한 헌장을 가결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표결처리에 반대한다라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최종 합의 실패를 선언하고 사실상 헌장을 폐기하는 수순을 밟았다.

 

서울시 인권위원회,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위원회,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서울시의 입장을 비판하며 헌장 선포 촉구와 함께 공청회에서 벌어진 혐오적 난동을 방치한 것에 대해 책임질 것을 요구했고, 박원순 시장에 대한 비판 여론 역시 높아졌다. 그러나 2014. 12. 1. 서울시청에서 열린 장로교총연합회 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발언한 것이 <기독신문>을 통해 알려지자, 인권변호사 출신으로서 대안적 정치인으로 촉망받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보가 보수기독계를 의식한 정치적 선택이었다는 여론이 팽배해졌다. 이에 2014. 12. 6. 성소수자인권단체들은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 박원순 서울시장 면담 및 사과, 성소수자 차별금지 대책 수립 등을 요구하며 서울시청 로비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무지개 농성단이라는 이름을 스스로 붙인 농성단이 점거에 돌입한지 하루 만에 인권·장애·여성·시민사회·노동·정당 등 300여 단체의 지지성명이 발표되었으며, 각 시민사회계 인사들이 농성장에 지지방문을 함에 따라 서울시민 인권헌장 사태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가 중요한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다. 12. 10. 세계인권선언의 날, 서울시 인권위원회와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위원회는 자체적으로 헌장 선포식을 개최하였고, 이날 박원순 시장은 무지개 농성단에 면담을 제안하여 헌장 폐기에 대한 사과와 함께 성소수자 인권보장을 위한 성소수자 인권단체와의 협의 테이블을 구성할 것을 약속했다.

 

6일간의 점거농성(12. 6.~12. 11.)은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범시민사회가 결집한 투쟁으로서 기념비적인 투쟁의 기록을 남겼으나,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의 무산, 성북구 <청소년 무지개와함께 지원센터>에 대한 서울시주민참여예산 불용 결정, 반성소수자단체 및 보수개신교계의 전방위적 공세에 대한 제재를 만들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과제를 남겼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인권기구

 

2008년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의 부실한 운영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가 지속되어 왔다.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회의(ICC)는 인권위원에 대한 투명하고 참여적인 인선절차를 마련할 것을 국가인권위원회에 권고하였으나(2008) 개선된 점이 없자 2014년 심사를 앞두고 등급 심의를 보류했다. ‘심의 보류는 권고 사항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어지는 유예기간으로서,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가인권위원회는 그동안 유지해왔던 A등급에서 강등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성소수자 인권보호에 반대하는 운동에 참여했던 최이우 목사가 비상임위원으로 임명(대통령 지명)되었고,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지자 ICC는 재차 등급 심의를 보류했다. 국가인권위에 대한 등급 심의 보류는 2004ICC 가입 이후 처음이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들을 피진정인으로 하여 진정한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 사건 진정에 대해 몇 가지 권고 결정을 내놓았다. 2013년 마포구청이 성소수자 인권행사에 대해 야외무대 사용을 불허한 사건, 2013년 영등포구청이 성소수자 캠페인 현수막에 대해 옥외 광고 게재를 불허한 사건에 대해 동성애 관련 행사라고 하여 청소년에게 유해하다 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불허 행위를 표현의 자유 및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로 판단, 각 구청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관련 직원에 대해 성소수자 차별금지에 관한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진정에 대한 각하 결정도 잇따랐다. 20141월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사랑의 정의 중 하나로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을 새로 삽입하였는데, 이것이 사랑의 가치가 이성애에 국한되고 있다는 취지에서 진정이 제출되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의 내용이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정하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2014. 3. 26.)하였다. , 서울 종로경찰서가 도심 아파트서 마약파티한 동성연애 피의자 10명 검거라는 제목의 보도자료(2014. 3. 26.)를 작성하여 배포한 것과 관련, ‘마약사용 여부와 관련 없는 성적지향을 공개하여’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으며 인권보도준칙을 어겼다는 취지로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등에서 종로경찰서를 상대로 낸 진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지방자치단체의 인권위원회에서는 해당 지자체가 반성소수자단체 및 보수개신교의 항의를 받아들여 행한 차별 사건 대해 의미있는 권고를 냈다. 20145월 서울 서대문구청장이 퀴어문화축제(67)에 대한 연세로 교통통제 및 행사 승인을 취소 한 것에 대하여 주민의 집회의 자유, 평등권 등 인권 보장 및 증진을 위해 퀴어문화축제의 진행을 보장하고 성소수자임을 이유로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201411월 서울 성북구 인권위원회는 성북구청장이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으로 선정된 <청소년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 사업>을 추진하지 않아 해당 예산이 불용될 위기에 처해있어, ‘이를 조속히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서울특별시 인권위원회는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파행과 관련해 서울시장에게 조속한 헌장 선포 및 이행, 공청회에서의 난동과 혐오 표현에 대한 법적 대응, 제정위원회의 의사진행을 방해한 공무원에 대한 견책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권고를 받은 지방정부들은 이를 모두 이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