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GBTI 인권현황 2014년

2014 영역별 현황 12. 성별변경

updated 2015.06.24 19:13 by sogilaw


성기성형수술 요구 없이 FTM 트랜스젠더에 대한 성별정정 허가 잇달아

 

20143월 울산지방법원(재판장 최상열)은 남성성기 성형수술을 받지 않은 FTM 트랜스젠더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을 허가하였다. 재판부는 "법률적으로 성전환자의 성을 판단함에 있어 남성 외부성기 수술까지 요구하는 것은 성전환자가 가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외부성기 구비 요건을 "적어도 여성을 남성으로 성별 정정을 함에 있어서는 꼭 필요한 요건으로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울산지법의 결정은 20133월 외부성기 성형수술을 받지 않은 FTM 5명에게 성별정정을 허가한 서울서부지법 결정 등과 동일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3월의 서울서부지법 결정 이후 2014년에도 울산지방법원, 대구가정법원, 인천지방법원 등 여러 법원들에서 성기성형 없이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결정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생식능력 제거수술은 받아야 하며, MTF 트랜스젠더는 여전히 일률적으로 성기성형수술까지 완료할 것을 요구 받고 있는 실정이어서 대법원 예규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원, ‘가족의 반대를 이유로 성인자녀를 둔 MTF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 불허

 

20144월 인천지방법원은 가족의 반대를 이유로 성인 자녀가 있는 MTF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을 불허하였다. 신청인은 대법원 예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이하 대법원 예규’)에서 규정한 성별정정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법원은 신청인의 모친, 이전 배우자, 아들이 반대하는 것을 이유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예규는 성별정정허가 요건 중의 하나로 미성년 자녀가 없을 것을 두고 있다. 대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고려해서 이러한 요건을 두었다고 설명하나 해당 요건 자체가 한국과 일본 두 나라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트랜스젠더의 인권과 현실을 무시한 지나치게 엄격한 요건이라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2011년 미성년 자녀를 둔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허가신청을 기각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소수의견으로 부모가 전환된 성에 따라 자연스러운 가족관계가 형성된 경우 등에서는 성별정정을 허가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미성년자의 복리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자녀가 이미 성인임에도 성별정정허가신청을 불허했다는 점에서 대법원 예규보다도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 것이다. 법원은 신청인 자녀의 부모가 모두 법적 여성이 될 경우 사회적 불이익을 받는다는 주장을 받아들여서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는데, 인권단체들은 이는 결국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그릇된 관행의 책임을 트랜스젠더 개인에게 지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원행정처, 부동산 등기증명서에 법적 성별정정 사실 공개되지 않도록 관련 예규 개정

 

201410월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부동산 등기증명서에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전부 공개되지 않도록 대법원 등기 예규 부동산 등기 기록의 주민등록번호 등 공시제한에 따른 업무처리 지침을 개정하기로 결정하였다. 법원행정처의 이번 결정은 부동산 등기사항증명서에 주민등록번호 7번째 자리인 성별식별 번호와 그 변경 사실이 공시되는 것은, 트랜스젠더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제기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받아들인 결과이다.

 

법적 성별정정을 마쳤더라도 그러한 사실이 신분증 등 공문서를 통해 쉽게 알려질 경우 트랜스젠더 당사자는 지속적으로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에 처할 수 있고, 그로 인해 고도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아 일상생활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 조사>(2014)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응답자의 46.2%가 법적 성별정정 후의 어려움으로 공문서에 성별 변경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꼽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