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GBTI 인권현황 2018년

11. 보건/의료

updated 2020.05.03 18:21 by sogilaw

서울시, HIV 감염인 인권침해 예방 가이드라인 배포

2018. 3 28. 서울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최초로 ‘HIV 감염인 인권침해 예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13개 서울시립병원에 배포한 사실이 알려졌다.[1]


해당 가이드라인은 2015년 서울시립 보라매병원에서 일어난 HIV 감염인에게 치과 스케일링을 거부하는 등의 차별 행위가 일어난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2] 2016년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위 사건을 HIV감염인의 인격권침해 행위로 판단하고, 가이드라인 마련을 권고하였는데, 서울시가 이를 받아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시립병원들이 표준주의 지침을 지킬 것, 차별 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것, 의료인에 대한 교육을 수행할 것 등을 핵심 내용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HIV/AIDS 인권활동가네트워크와 대한에이즈예방협회는 환영 논평을 통해, 해당 가이드라인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고, 또한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3]

 


복지부질병관리본부, HIV/AIDS감염인 의료차별개선 인권위 권고 수용

2018. 8. 31.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국가인권위의 HIV/AIDS감염인 의료차별 개선 권고에 대해 수용입장을 밝혔다.[4]


국가인권위는 2017. 12. 6. HIV/AIDS 감염인 의료차별을 개선하고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종합적인 권고[5]를 내렸다. 구체적으로 의료인 인식개선과 교육 강화 의료차별 근절을 위한 법령 보완, 감염인에 대한 요양서비스 대책 마련 등을 보건복지부장관, 질병관리본부장, 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권고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의사 국가시험에서 HIV 관련 내용을 강화하고, 의료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환자를 차별 못하도록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역시 권고를 수용하여 관련 가이드 제작, 배포 및 교육콘텐츠 개발, 홍보 등의 활동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냈다. 

 


국가인권위, HIV 감염인 의료차별에 관한 3건의 결정

2018년에는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의료 차별에 관하여 3건의 국가인권위 결정이 있었다.


첫 번째 사건[6]은 대학병원에서 HIV 감염인인 입원환자에게 다른 색깔의 식판을 지급하고 침상에 혈액조심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등 HIV 감염인을 별도로 구별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HIV 감염과 관련해서는 표준주의를 준수하면 충분함에도, HIV 감염인에게 별도의 표식을 하고 이를 혈액관련 시술과 상관없는 의료관계자나 다른 환자들에게도 인식하게 한 것은 차별행위라 판단했다. 이에 따라 병원장에게 HIV 감염인을 구별하는 행위를 중지할 것을 권고했다.


두 번째 사건[7][8] 2001 HIV 확진을 받고 병원 감염 내과에서 정기적 검사를 받아 온 진정인이 2015년 신장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자, 해당 병원에서 투석을 거부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병원의 조치가 차별이라고 보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 보아 기각 결정을 내렸다. 다만 병원의 신장투석 거부가 HIV 감염인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거나 사회의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아, 해당 병원에서 피해자의 신장투석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표명을 내렸다.


세 번째 사건[9]은 종합건강검진을 위해 병원 종합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HIV 감염인에게, 보호장구가 없고 시술준비가 불가능하다며 병원이 센터가 아닌 소화기내과에서 검진을 받으라고 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진정인이 이미 감염사실을 고지했음에도, 병원이 그에 대한 방안 모색 없이 다른 진료과의 검진을 요구한 것은 차별행위라 판단하였다. 따라서 국가인권위는 병원에게 재발방지 대책마련 및 직원교육을 권고하였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트랜스젠더, 인터섹스의 의료접근권 관련 권고 내려

2018. 3. 12.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의 전반적인 여성 차별 실태에 대한 우려와 개선 방안에 대한 최종권고문[10]을 발표했다. 2018. 2. 22. 이루어진 한국정부에 대한 심의결과를 바탕으로 한 해당 권고문에는 트랜스젠더, 인터섹스의 의료접근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었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트랜스젠더의 접근에 제약이 있고, 인터섹스의 경우 동의 없이 생식기 정상화 수술을 받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였다. 그러면서 한국정부에 국민건강보험을 포함한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트랜스젠더의 권리와 비자발적 의료개입을 당하지 않을 인터섹스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트랜스젠더, 인터섹스가 차별 없이 의료접근권을 보장받고 원치 않는 수술을 강요 받지 않을 권리는 국제인권규범상 확립된 원칙이다. 유엔 사회권위원회 역시 2017. 9. 한국정부에 트랜스젠더의 트랜지션 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질의한 바 있다.[11]

 


세계보건기구, 국제질병분류 제11판에서 성전환증/성주체성장애삭제

2018. 6. 18.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질병분류 제11(ICD-11)의 온라인버전[12]을 공개했다. ICD-10 이후 30여 년 만에 이루어진 이번 개정에서 세계보건기구는 트랜스젠더 정체성의 비병리화라는 의미 있는 결정을 내렸다. 그간 국제질병분류는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성전환증/성주체성장애라는 정신장애의 하나로 분류했는데, 이는 지정성별과 성별정체성이 불일치하는 트랜스젠더를 비정상으로 보는 것으로써 낙인, 차별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었다. 이에 ICD-11에서는 이를 모두 삭제하고 성적 건강 관련 상태 범주 아래 성별불일치항목을 신설하였다.[13]

세계보건기구의 이러한 결정은 한국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한국의 경우 국제질병분류를 상당수 준용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운영하고 있어, 트랜스젠더에 대한 진단명과 진단기준의 변화가 예상된다.[14] 또한 대법원예규, 병역판정 신체검사규칙 등 성주체성장애를 명시한 법령도 개정될 필요가 있다.[15]

무엇보다 현재의 의료적 기준에 맞춘 트랜스젠더에 대한 관점을 당사자의 인권에 기반한 것으로 변경할 필요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논평[16]을 통해 세계보건기구의 결정이 보다 근본적인 사회전체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한국정부의 변화를 촉구하였다.



[1] 'HIV 감염인 인권침해 예방 가이드라인' 13개 서울 시립병원에 배포되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2018. 4. 18.

[2] 자세한 배경은 SOGI법정책연구회, 「한국 LGBTI 인권현황 2015, 84쪽 참조

[3][논평] HIV감염인의 차별 없이 치료받을 권리 - 서울시에서 전국으로! 시립병원에서 모든 병원으로!, <HIV/AIDS 인권활동가네트워크와 대한에이즈예방협회>, 2018. 4. 18.

[4][4] 「“AIDS 환자에 의료차별행위 개선 권고”…복지부 수용」, <KBS>, 2018. 8. 31.

[5] 국가인권위원회, 2017. 12. 6.HIV 감염인과 AIDS 환자에 대한 의료차별 개선을 위한 정책권고

[6] 국가인권위원회 2018. 9. 27.16진정097590 결정

[7] 국가인권위원회 2018. 9. 27.HIV 감염인에 대한 신장투석 거부에 대한 의견표명

[8] 보다 자세한 배경은 SOGI법정책연구회, 「한국 LGBTI 인권현황 2016, 56쪽 참조

[9] 국가인권위원회 2018. 11. 21.18진정0160000결정

[10]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한국 정부의 제8차 보고서에 대한 최종 권고문(CEDAW/C/KOR/CO/8), 2018. 3. 22.